대학알리 배성수, 한달수, 조규상, 차종관 기자가 모였다. ‘앞으로의 대학언론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주제로, 서로가 생각한 대학언론의 리스크와 솔루션을 논하기 위해서이다. 기자들의 대담 내용을 논제별로 정리하여 기술하였다.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데 그칠 뿐 아니라, 학교 측의 입장에서 기사를 내는 듯한 학보사가 너무 많아요. 학교의 변명을 기자가 별도의 통찰 없이 그대로 발행하는거죠. 마치 학교의 의견만을 담기 위한 기사같다고 느낀 적이 많아요. 제 주변에서도 학교 측의 편향된 의견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려오고요. 어쩌면 대학 총장이 발행권을 가지고, 언론활동을 대학의 지원을 받으며 할 수 밖에 없는 환경 자체가 학보의 시스템을 독립적일 수 없게 만들며, 미션을 추구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라 생각해요.
근본적인 문제는 학교가 대학언론의 운영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학교에 소속된 모든 언론사의 발행권은 총장에게 있잖아요. 주간교수의 감독에 따라 언론활동을 한다는 학칙은 기자의 자율성을 심하게 침해하죠. 그리고 학교 본부는 대학언론이 학교를 부끄럽게 하는 기사는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돈을 줬는데, 왜 나를 공격하냐’라는 논리죠. 본인들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가 발행 될 때마다 편집장을 호출하고, 기자에게 면박을 주며, 발행을 금지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학보사를 했던 사람이라면 다들 공감할 거에요. 주간교수는 대외적인 비판으로부터 학생기자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기사를 쓸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주지 않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할 수 없다 보니, 수습기자들도 근속할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빠르게 이탈합니다. 대학언론은 대학이 학교의 홍보를 위해 값싼 학생노동력을 이용하는 곳인가 하는 괴리감과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되니까요. 과다한 업무와 취재환경 때문에 기사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죠. 또한 학생언론에서 활동하게 될 경우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해야 할 뿐만 아니라 취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학생언론에 지원하지 않아요. 현재 대학언론을 하는 기자들도 금방 지치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하는걸요.
대학언론인 끼리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요.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며 더 좋은 언론 모델을 만들어가면 좋을 텐데, 그런 기회조차 만들지 못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갈려나가고 있는거죠. 대학언론에 대한 문제제기는 늘 있어 왔어요. 과다한 업무라던지 편집권의 침해 같은 게 대표적이죠. 하지만 대학언론은 학교가 꽉 쥐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이 가능하지가 않아요. 다만, 대학언론인들이 주체적으로 모여 모델을 수정해나갈 기회는 있어야죠. 최근 독립언론들이 네트워킹을 시도한 것은 단순한 연대가 아니에요. 어떻게 앞으로의 대학언론을 바꿔나가야 하는지 고민하기 위한, 살아남기 위한 연대이죠.
우리의 주 독자층은 언제까지나 학우분들이에요. 하지만 열심히 기사를 써도 저희의 기사를 안 읽으세요. 신문이나 잡지는 안 읽기 시작한지 꽤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디지털 채널에서 잘 읽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스스로 진단하기에는 저희가 수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주지 않아서 자연스레 관심이 멀어진 게 아닌가 생각해요. 학보사에 있는 친구도 매주 발행하며 힘들어하지만, 학우 분들이 아무 관심이 없으니 기운이 빠진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괴리를 해소해야 해요.
이러한 괴리를 해소하려면, '힙'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언론은 각 대학 내 학우라는 확실한 대상 독자층이 정해져 있지만, 독자층을 대상으로 특색있는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거든요. 이화여대의 대학언론은 여성 섹션을 통해 여대라는 특징을 살려 다양한 보도를 하고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이런 게 다른 대학언론이나 기성언론은 실을 수 없는 특색 있는 모습이죠. 저희가 쓴 기사에 자부심을 가지고 다양한 시각을 보이는 기사를 쓴다면, 기성언론과 차별화는 물론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에요. 대학언론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주제를 바라보더라도 차별화될 수 있어요. 시간이 지나 잊힐 이슈여도 쉽게 아젠다를 키핑하여 독자의 의식을 환기할 수 있고 자본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시각을 펼칠 수도 있죠. 사회의 이야기를 대학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도 쉽게 가능하구요.
학보사는 주간교수로 인해 편집권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잖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독립을 해서 상황이 더 나아지는 건 아니에요. 편집권을 쟁취해도, 발행 비용 확보가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별다른 수익구조가 없다면 기자의 사비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발행비와 취재비용의 부담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많은 부수를 내지 못하고, 취재에 집중하기 어려워요. 매체 영향력도 자연히 낮아질 수 밖에 없죠. 경영을 어떻게 안정화 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해요.
아직까지도 신문이나 잡지에만 콘텐츠를 내는 대학언론이 많아요. 당장은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서만 콘텐츠를 발행해도 구독자가 유지될 수도 있지만,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서 뉴스를 접하는 학우들은 정말 소수일 거에요. 이젠 콘텐츠 전략도 조직 구성도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물론 학내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지면 발행은 그만둘 수 없긴 해요. 하지만 오프라인, 온라인 채널을 동시 운영하면서 온라인의 매체 영향력을 미리 키워놓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욱 읽히지 않는 언론이 되고 말겠죠.
요새는 학내 담론이 죄다 대나무숲과 에브리타임으로 모이는 것 같아요. 현재 대학생에게 최적화된 공론장이자 언론일 수 밖에 없긴 해요. 학내 이슈를 빠르게 접할 수 있고, 댓글 작성을 통한 공론장 참여도 간편하니까요. 하지만 대나무숲과 에브리타임은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어요. 대숲지기의 편향된 기준에 따라 글이 검열되는 일이 잦다는 거죠. 많은 대나무숲에서 논쟁이 일 만한 사회이슈에 관한 제보, 대나무숲을 향한 비판은 올라오고 있지 않고 있어요. 학내 부조리를 고발하는 글도 올려주지 않아 논란이 된 적도 있었죠. 물론 포비아가 가득한 글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글은 분류되어야 해요. 하지만 학내 공론장의 중심이 되었다 한들 대숲지기가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제보를 차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죠. 그리고 대나무숲은 이미 언론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해당 주제에 대해 집중하고 토론하기 좋은 장소는 아니에요. 학우분들도 심심풀이로 그냥 읽고 지나치는 경향이 짙죠.
에브리타임도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요. 문제가 있는 글을 커뮤니티가 명확한 기준을 통해 제재해야 하는데, ’10명의 사용자의 신고’만 있으면 사용자를 차단할 수도, 글을 삭제할 수도 있어요. 이 때문에 소수의견을 향한 다수의 비방이 가능하고, 포비아가 커뮤니티 내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익명성을 기반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베스트 게시글을 중심으로 한 여론 조작도 만연하죠. 시간표 서비스 등으로 접근성이 높아 많이들 활용하는 앱이지만, 좋은 공론장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아직 대학언론이 건전한 공론장을 제공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알리와 함께 연대하던 독립언론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어요. 처음에는 막강한취재력을 자랑했지만, 특정 이유로 동력을 잃어 지속하지 못하고 폐간된 것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네트워킹도 해 왔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결국 대학언론이 독립하고 홀로 서면 유지되기 어렵다는 건 사례로 증명되고 있거든요. 우리끼리 독립해서 편집권을 확보했지만, 이제는 독립언론이 지속가능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해요. 지금까지 존재했던 대학언론을 넘어선 대안책이 필요하다는 거죠. 학보사, 자치언론, 독립언론은 각자의 한계가 너무 명확하니까요. 인력 수급, 금전 수급, 교육 프로그램만 잘 운영되도록 새로운 언론 모델을 짜야 해요.
대학언론 위기론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지만, 저는 여전히 대학언론은 존재해야 하고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언론은 필수적이니까요.
학내에 학생들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해주는 언론이 없다면, 그 사회는 건강할 수가 없겠죠.
저희는 대학언론인으로서 지속적으로 좋은 기사를 발행하며 독자를 대학언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잘 대변해야해요.
시대가 지나도 대학언론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으니까요.